산지박
剝 · Bō
다섯 음효가 자라나 맨 위에 오직 하나의 양효만 남아 있습니다. 이 괘는 거의 끝나가는 쇠락을 그리며, 경전의 조언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괘사
어디로 나아가도 이롭지 않다.
단 다섯 글자뿐이며 어떠한 위로도 건네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무너짐을 앞당길 뿐입니다.
상사
산이 땅에 얹혀 있는 것이 박이다. 그러므로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후하게 대우하여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한다.
이 괘에 나오는 유일한 해법이자 예방책입니다. 아래로부터 깎여 나가는 침식은 일찍이 아래로 베푼 것으로만 막을 수 있습니다.
이 괘의 뜻
박괘는 깎임과 침식을 다루는 괘입니다. 맨 꼭대기에 단 하나의 양효만 남아 있고, 그 아래의 모든 효는 이미 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경전은 사람이 여전히 누워 있는데도 평상을 다리부터 차례로 해체하는 광경을 비유로 드는데, 이는 주역의 어떤 괘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서늘한 장면입니다.
이 괘의 조언은 유난히 소극적입니다. 어디로도 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벌여도 상황을 개선할 수 없으며, 무리하게 버티려는 효들은 하나같이 무너져 내립니다. 셋째 효가 지키는 소박한 품위는 오직 그 파괴의 흐름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데서 나옵니다.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두 개의 효입니다. 다섯째 효에서는 음효들을 줄에 꿴 물고기처럼 엮어 궁궐로 이끄는데, 주석가들은 이를 파괴적인 세력을 질서 있게 규합하여 무해하게 만든 것으로 풀이합니다. 그리고 맨 위의 상구는 경전이 아끼는 오랜 위로를 건넵니다. 바로 먹히지 않고 남은 커다란 과일입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씨앗뿐이지만, 바로 그 씨앗에서 다음 24번째 괘인 복괘(지뢰복)가 자라납니다.
상사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예방책을 제시합니다. 침상 다리가 부서져 나가기 훨씬 전에,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후함으로 윗자리를 굳건히 다져 두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점을 볼 때
점단에서 산지박이 나왔다면 실질적인 쇠락에 접어든 상황을 뜻합니다. 손실은 구조적이며 이미 깊숙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괘의 조언은 더 이상의 투자를 멈추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말며, 무너져 가는 대상과 거리를 두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괘는 아닙니다. 맨 위의 효는 무언가가 끝내 살아남는다고 강조하며, 주역의 다음 순서는 회복을 뜻하는 복괘(지뢰복)이기 때문입니다.
여섯 효
효사는 점을 쳐서 그 효가 변효가 되었을 때만 읽으십시오. 여기서는 괘가 그려지는 순서대로, 그림의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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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
큰 과일이 먹히지 않고 남아 있다.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오두막의 지붕마저 뜯긴다.
먹히지 않고 남은 씨앗입니다. 모든 것이 다해 버린 바로 그 순간,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탈것이 주어지고 다른 이에게는 비바람을 피할 거처마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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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오
물고기를 줄줄이 꿴다. 궁궐 사람들의 총애를 입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전환점입니다. 구조를 무너뜨리던 것들이 질서 있게 이끌리며, 마침내 버텨낼 수 있는 국면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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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평상이 살갗에 닿도록 깎여 나간다. 흉하다.
누워 있는 사람에게까지 재앙이 닥쳤습니다. 효사는 그 이상의 말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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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삼
그 무리에서 벗어나 홀로 떨어진다. 허물이 없다.
파괴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벗어납니다. 하괘에서 유일하게 흠 없는 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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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이
평상이 틀까지 깎여 나간다. 굳게 버텨도 무너지니 흉하다.
더 높은 곳까지 이르렀으나 여전히 무시됩니다. 반복 그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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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육
평상이 다리부터 깎여 나간다. 굳게 버텨도 무너지니 흉하다.
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는 가장 먼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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