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산함
咸 · Xián
산꼭대기 오목한 곳에 물을 머금은 못, 소남 위에 소녀가 자리한 상. 서로 끌리는 감응의 원리를 밝히며 주역에서 가장 생생하게 몸의 감각을 그려낸 괘입니다.
괘사
함은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여자를 취하면 길하다.
남녀의 결합에 대해 주역 전체에서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찬사를 보내는 대목입니다. 서로의 끌림이 굳건하니 행동으로 옮길 만합니다.
상사
산 위에 못이 있는 것이 함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마음을 비워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비움을 통한 온전한 수용입니다. 산꼭대기가 우묵하게 비어 있기에 못의 물을 오롯이 품을 수 있는 법입니다.
이 괘의 뜻
함괘는 주역의 하경을 여는 첫 번째 괘이며, 중심 주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응입니다. 산마루의 오목한 품에 못이 안겨 있고, 아래의 소남 위에 위의 소녀가 얹혀 있어 구애와 화합의 과정을 절묘한 구조로 드러냅니다.
여섯 효는 발가락부터 혀끝까지 인간의 몸을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는 주역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이어지는 해부학적 묘사입니다. 아래쪽 효들은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들썩임을 뜻합니다. 엄지발가락이 꼼지락거리고, 마음이 정해지기도 전에 종아리가 내달리려 하며, 넓적다리는 앞선 충동에 무작정 끌려갑니다. 몸의 충동이 성찰 없이 거세질수록 경전의 판정은 점차 엄숙해집니다.
넷째 효야말로 이 괘의 참된 중심축입니다. 심장의 자리에 위치하여, 번잡한 계산과 조급함으로 휘두르는 영향력은 오직 의식적으로 계산해 둔 좁은 사람들에게만 가닿을 뿐이라고 경고합니다. 참된 끌림은 그보다 훨씬 넓고 깊은 데서 작용하며, 상사가 이르는 '마음의 비움', 곧 열린 수용력에서 비롯됩니다. 산꼭대기가 스스로를 비워 파여 있기에 맑은 못물이 머물 수 있는 이치입니다.
꼭대기의 마지막 효에 이르면 감응의 기운이 턱과 뺨, 혀끝으로 옮겨붙습니다. 이것은 겉도는 말장난으로 흩어져 버린 상태이며, 경전은 이것이 유익한지 어떤지 침묵함으로써 그 자체로 단호한 평가를 내립니다.
점을 볼 때
점괘에서 택산함이 나왔다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강하게 이끌리는 감정이 무르익었음을 뜻합니다. 연인 관계나 동업, 청혼, 혹은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진실한 인연입니다.
매우 길한 징조이지만, 성급한 육체적 충동을 다스리고 마음의 차원에서 온유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요구합니다. 감각의 첫 자극에 휘둘리지 말고 상대를 설득하려 애쓰기보다는 품어줄 여백을 마련하십시오. 자연스러운 교감이 번지르르한 설득이나 억지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여섯 효
효사는 점을 쳐서 그 효가 변효가 되었을 때만 읽으십시오. 여기서는 괘가 그려지는 순서대로, 그림의 위에서부터 아래로 나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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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육
상육. 뺨과 턱, 혀끝에서 감응이 일어난다.
진정한 울림 없이 가벼운 입놀림으로 흩어진 감정입니다. 본문의 침묵 자체가 준엄한 경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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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오
구오. 등골에서 감응이 일어난다. 뉘우침이 없다.
심장 위에 있어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흔들림 없이 고요하며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단단한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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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
구사. 바르게 하면 길하여 뉘우침이 없어진다. 마음이 어지러이 오가면 마음에 품은 벗들만 따를 것이다.
심장의 자리이자 괘의 중심입니다. 좁은 계산으로 내세운 영향력은 그 속셈의 폭을 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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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
구삼. 넓적다리에서 감응이 일어난다. 앞서 움직이는 것을 따르려 하니 나아가면 부끄럽다.
사리분별 없이 감각적 욕망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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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이
육이. 종아리에서 감응이 일어난다. 흉하니 머물러 있으면 길하다.
마음이 서기도 전에 다리가 먼저 뛰어나가려 합니다. 섣불리 따라나서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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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육
초육. 엄지발가락에서 감응이 일어난다.
첫 번째 미세한 떨림입니다. 행동으로 옮기기엔 이르지만 가만히 지나치기 어려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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